
- 던바의 수 150은 원숭이·유인원의 뇌 크기와 무리 크기 사이의 관계를 사람에게 늘여 그어 얻은 추정값입니다.
- 2021년 스톡홀름대 연구진이 같은 방식을 새 자료로 다시 돌리자 추정값이 16명에서 109명까지 흩어졌고, 던바는 계산 방법이 틀렸다고 반박했습니다.
- 숫자 하나는 흔들려도, 가까운 관계일수록 수가 적고 층이 대략 세 배씩 넓어진다는 구조는 여러 자료에서 되풀이됩니다.
안녕하세요, 태오입니다. 휴대전화 연락처에 이름이 몇 개 들어 있는지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그중 오늘 연락이 끊겨도 서운할 사람은 몇 명일까요. 이 질문에 '약 150명'이라는 답을 내놓은 것이 던바의 수입니다. 오늘은 이 숫자가 어디서 나왔는지, 그리고 2021년에 왜 다시 도마에 올랐는지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뇌 크기로 무리 크기를 잰다는 발상
영국의 진화인류학자 로빈 던바(Robin Dunbar)는 1990년대 초 원숭이와 유인원의 뇌를 비교했습니다. 뇌에서 가장 바깥을 덮고 있는 층을 신피질이라고 하는데, 생각하고 판단하는 일을 주로 맡는 곳입니다. 던바는 뇌 전체에서 이 신피질이 차지하는 비율이 큰 종일수록 더 큰 무리를 이루고 산다는 관계를 찾았습니다.
그 이유로 던바가 내놓은 설명은 이렇습니다. 무리 안에서 살려면 누가 누구와 가까운지, 누가 누구에게 신세를 졌는지를 계속 기억해야 합니다. 무리가 커질수록 따져야 할 짝이 빠르게 늘어납니다. 신피질의 크기가 한 개체가 감당할 수 있는 관계의 수를 정한다는 것이 이른바 사회적 뇌 가설입니다.
던바는 이 관계를 식으로 만든 뒤 사람의 신피질 비율을 넣었습니다. 1993년 논문에서 나온 값이 147.8명, 줄여서 150명입니다. 던바 자신도 이 값이 원숭이 자료의 범위를 한참 벗어나 늘여 그은 것이라 오차가 클 수밖에 없다고 적었습니다. 참값이 들어 있을 만한 범위를 95% 신뢰구간이라고 하는데, 그 폭이 100명에서 231명이었습니다.
150은 한 덩어리가 아니라 네 겹
던바의 수에서 더 쓸모 있는 부분은 총량보다 그 안의 모양입니다. 관계는 가까운 정도에 따라 몇 겹으로 나뉘고, 바깥 겹으로 갈수록 사람 수가 늘어납니다.
| 층 | 규모 | 어떤 관계인가 |
|---|---|---|
| 핵심 | 약 5명 | 힘든 일이 생기면 바로 기댈 수 있는 사람 |
| 친밀 | 약 15명 | 자주 만나고 속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 |
| 좋은 친구 | 약 50명 | 모임에 부르고 종종 연락하는 사람 |
| 아는 사이 | 약 150명 | 길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근황을 아는 사람 |
2005년 던바와 동료들은 수렵채집 사회의 무리, 군대의 부대 같은 여러 집단의 크기를 모아 분석했습니다. 집단 크기가 아무렇게나 흩어지지 않고 대략 세 배씩 커지는 몇 개의 단계에 모인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가까운 사람에게는 시간과 마음을 많이 쓰고, 바깥 겹의 사람에게는 조금씩밖에 못 쓰기 때문이라는 것이 던바의 설명입니다.
150을 뒷받침한다는 조사 두 가지를 더 보기
2003년 러셀 힐과 던바는 영국 사람들에게 한 해 동안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낸 집을 모두 적게 했습니다. 카드를 받는 집에 사는 사람까지 모두 세자 한 사람의 관계망은 평균 153.5명이었고, 카드를 직접 받은 사람만 세면 평균 124.9명이었습니다.
2016년 던바는 영국 성인 두 표본에게 페이스북 친구 가운데 진짜 친구가 몇 명인지 물었습니다. 첫 표본의 응답자들은 페이스북 친구 가운데 평균 27.6%만을 진짜 친구로 꼽았습니다. 같은 표본에서 위기 때 기댈 수 있는 사람은 평균 4.1명, 가까운 친구 무리는 평균 13.6명이었습니다. 온라인 친구 수가 수백 명이어도 안쪽 겹은 오프라인과 비슷한 크기라는 뜻입니다.
2021년, 같은 계산을 다시 해 보니
2021년 스웨덴 스톡홀름대의 파트리크 린덴포르스, 안드레아스 바르텔, 요한 린드는 학술지 《바이올로지 레터스(Biology Letters)》에 「'던바의 수' 해체」라는 논문을 냈습니다. 던바와 같은 발상으로, 더 새로운 영장류 뇌 자료와 종 사이의 친척 관계를 따로 고려하는 통계 방법을 써서 사람의 무리 크기를 다시 추정한 것입니다.
| 추정 방법 | 사람 무리 크기 추정 | 95% 신뢰구간 |
|---|---|---|
| 던바 원래 추정(1993) | 147.8명 | 100.2~231.1명 |
| 베이즈 방법(2021) | 69~109명 | 3.8~520.0명 |
| 일반화 최소제곱법(2021) | 16~42명 | 2.1~336.3명 |
추정값이 방법마다 크게 달라졌고, 신뢰구간은 두세 명에서 수백 명까지 벌어졌습니다. 연구진의 결론은 이 방식으로는 사람의 관계 상한을 숫자 하나로 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원숭이의 무리 크기는 먹이를 구하는 방식이나 천적 같은 환경이 더 크게 좌우한다는 점, 사람은 언어와 문화로 관계를 이어 가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습니다.
뇌 크기 자체를 두고도 다른 결과가 있습니다. 2017년 앨릭스 드케이지언 연구진은 더 많은 영장류 종을 분석해, 뇌 크기는 무리 크기 같은 사회성보다 먹는 것으로 더 잘 설명된다고 보고했습니다. 과일을 주로 먹는 종이 잎을 주로 먹는 종보다 뇌가 컸습니다. 사회적 뇌 가설의 출발점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던바의 반박과 그 쟁점을 더 보기
던바는 같은 해 기고문에서 스톡홀름 연구진의 계산 방법을 문제 삼았습니다. 흔히 쓰는 최소제곱 회귀는 가로축 값, 여기서는 뇌 크기가 오차 없이 측정됐다고 가정합니다. 뇌 크기 자료에도 측정 오차가 있으면 기울기가 실제보다 낮게 나오기 쉽습니다. 던바에 따르면 같은 자료에 최소제곱 회귀를 쓰면 71명, 두 축의 오차를 함께 다루는 방법을 쓰면 158명이 나옵니다.
던바는 또 전화 통화 기록, 교회 신자 수, 옛 마을 규모처럼 뇌 자료와 상관없는 여러 조사에서 150 안팎과 세 배씩 커지는 층이 반복해 나온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스톡홀름 연구진은 계산 방법을 바꾸는 것만으로 답이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 자체가 숫자 하나를 고집할 수 없다는 증거라고 봅니다. 이 논쟁은 아직 한쪽으로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회사가 먼저 찾은 150
이 숫자는 학계 밖에서 먼저 쓰였습니다. 방수 원단 고어텍스로 알려진 미국 기업 W. L. 고어는 한 건물에서 일하는 사람을 150명 안팎으로 묶었습니다. 사람이 그보다 많아지면 서로를 잘 모르게 되고 일이 삐걱거린다는 것을 겪어 보며 알게 됐다고 합니다. 말콤 글래드웰이 『티핑 포인트』(2000)에서 이 사례를 던바의 수와 나란히 소개하면서 '150의 법칙'이라는 이름이 널리 퍼졌습니다.
다만 이것은 한 회사의 경험담이지 실험 결과가 아닙니다. 150명을 넘긴 조직이 반드시 나빠진다는 근거는 아닙니다. 여기서 가져갈 것은 숫자보다 질문입니다. 서로의 이름과 얼굴을 아는 규모를 넘어서면, 그 자리를 규칙과 직급이 대신 채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숫자보다 오래 남는 것
정리하면, 150이라는 값은 생각보다 약한 계산 위에 서 있습니다. 반대로 관계에 겹이 있다는 관찰은 여러 자료에서 비교적 꾸준히 나옵니다. 그리고 둘은 서로 다른 주장입니다. 앞엣것이 틀려도 뒤엣것은 남을 수 있습니다.
저는 던바의 수를 상한선보다 예산으로 읽는 편이 쓸모 있다고 봅니다. 하루는 누구에게나 같은 길이이고, 한 사람에게 쓰는 시간은 다른 사람에게 쓸 시간에서 빠집니다. 연락처에 이름이 늘어나는 것과 힘들 때 전화할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안쪽 다섯 명과 바깥쪽 백 명 중 어디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계신가요?
출처: Dunbar, "Neocortex size as a constraint on group size in primates", Journal of Human Evolution 22(6), 1992 (doi:10.1016/0047-2484(92)90081-J). Dunbar, "Coevolution of neocortical size, group size and language in humans", Behavioral and Brain Sciences 16(4), 1993 (doi:10.1017/S0140525X00032325). Hill & Dunbar, "Social network size in humans", Human Nature 14, 2003 (doi:10.1007/s12110-003-1016-y). Zhou, Sornette, Hill & Dunbar, "Discrete hierarchical organization of social group sizes",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272, 2005 (doi:10.1098/rspb.2004.2970). Dunbar, "Do online social media cut through the constraints that limit the size of offline social networks?", Royal Society Open Science 3, 2016 (doi:10.1098/rsos.150292). DeCasien, Williams & Higham, "Primate brain size is predicted by diet but not sociality", Nature Ecology & Evolution 1, 2017 (doi:10.1038/s41559-017-0112). Lindenfors, Wartel & Lind, "'Dunbar's number' deconstructed", Biology Letters 17(5), 2021 (doi:10.1098/rsbl.2021.0158). Dunbar, "Dunbar's number: why my theory that humans can only maintain 150 friendships has withstood 30 years of scrutiny", The Conversation, 2021-05-12 (원문). Malcolm Gladwell, 『The Tipping Point』(20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