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967년 개 실험은 무기력이 경험으로 학습된다고 설명했지만, 2016년 같은 연구자들이 그 순서가 거꾸로였다고 정리했습니다.
- 오래 이어지는 고통 앞에서 웅크리는 것은 뇌의 기본 반응이고, 학습되는 것은 '내가 손쓸 수 있다'는 쪽입니다.
- 이 그림은 대부분 쥐 실험에서 나왔고, 사람에게서 확인된 근거는 아직 적습니다.
안녕하세요, 태오입니다. 해도 안 된다는 경험이 쌓이면 사람은 시도 자체를 멈춥니다. 이것을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이라고 부르고, 심리학 교과서라면 거의 빠지지 않고 실립니다. 그런데 2016년에 이 개념을 처음 만든 두 사람이 이름의 핵심이 틀렸다고 스스로 밝혔습니다. 무엇이 뒤집혔는지, 그리고 그것이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어떻게 바꾸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1967년, 도망치지 않은 개들
이야기는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과 스티븐 마이어(Steven Maier)의 1967년 실험에서 시작합니다. 개들을 세 무리로 나눴습니다. 첫 무리는 전기 충격을 받되 코로 판을 누르면 스스로 멈출 수 있었습니다. 둘째 무리는 첫 무리와 똑같은 충격을 같은 시간만큼 받았지만 멈출 방법이 없었습니다. 셋째 무리는 충격을 받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세 무리를 모두 새 상자에 넣었습니다. 가운데 낮은 칸막이가 있어서, 바닥에 충격이 오면 칸막이를 넘어 반대편으로 건너가기만 하면 피할 수 있는 상자입니다. 첫째와 셋째 무리는 금세 건너가는 법을 익혔습니다. 멈출 수 없는 충격을 겪었던 둘째 무리는 대부분 건너가지 않고 엎드린 채 충격을 견뎠습니다.
두 사람의 설명은 이랬습니다. 둘째 무리의 개들은 '무엇을 해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고, 그 배움이 새 상자에서도 시도를 막았다는 것입니다. 무기력은 경험으로 배운 것이라는 뜻에서 '학습된 무기력'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사람에게 옮겨 보니
셀리그만은 이후 사람을 대상으로 같은 설계를 되풀이했습니다. 1975년 대학생들에게 시끄러운 소음을 들려주되, 한 무리는 단추를 눌러 끌 수 있게 하고 다른 무리는 끌 수 없게 했습니다. 끌 수 없었던 학생들은 다음 과제에서 손만 옮기면 소음을 끌 수 있는데도 잘 옮기지 않았습니다. 풀 수 없는 문제를 먼저 받은 학생들도 뒤이은 낱말 맞히기에서 비슷하게 손을 놓았습니다.
1978년에는 이론이 한 번 더 다듬어집니다. 사람은 개와 달리 나쁜 일이 '왜' 일어났는지를 스스로 설명합니다. 에이브럼슨과 셀리그만, 티즈데일은 그 설명이 무기력의 크기를 가른다고 봤습니다. 같은 실패를 두고 '이번 과제만 유독 어려웠다'고 보는 사람은 금방 회복하고, '나는 뭘 해도 안 된다'고 보는 사람은 다른 일에서도 손을 놓습니다. 원인을 오래가는 것, 삶 전체에 걸친 것, 내 탓으로 볼수록 무기력이 깊고 길어진다는 것이 이 재구성의 요지입니다.
2016년, 배운 것은 무기력이 아니라 통제였다
그로부터 약 50년 뒤, 마이어와 셀리그만은 학술지 《심리학 리뷰(Psychological Review)》에 「학습된 무기력, 50년(Learned Helplessness at Fifty)」을 함께 발표했습니다. 두 사람은 원래 이론이 순서를 거꾸로 짚었다고 적었습니다.
그사이 마이어의 연구실은 주로 쥐를 대상으로 이 현상이 뇌의 어디에서 생기는지를 추적했습니다. 뇌 깊숙한 곳, 뇌간에는 배측 봉선핵(dorsal raphe nucleus)이라는 작은 부위가 있습니다. 피할 수 없는 고통이 이어지면 이곳이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쏟아내고, 그러면 동물은 움직임을 줄이고 불안해합니다. 이 반응은 따로 배우지 않아도 일어납니다. 웅크리는 것은 배운 것이 아니라 기본값이었던 셈입니다.
그렇다면 첫째 무리의 개들은 왜 도망쳤을까요. 이마 바로 뒤쪽 뇌, 전전두피질의 안쪽 아래 부위가 '지금 내 행동이 결과를 바꾼다'는 것을 알아채면 배측 봉선핵의 반응을 누릅니다. 2005년 마이어 연구진의 쥐 실험에서는 이 부위를 약물로 꺼 두자, 스스로 충격을 멈출 수 있었던 쥐도 멈출 수 없었던 쥐처럼 무기력해졌습니다.
| 1967년 설명 | 2016년 정리 | |
|---|---|---|
| 아무것도 배우지 않았을 때 | 도망치려 한다 | 웅크리고 불안해한다 |
| 경험으로 배우는 것 | '해도 소용없다' | '내가 손쓸 수 있다' |
| 수동성의 원인 | 소용없다는 기대 | 배측 봉선핵의 기본 반응 |
| 벗어나는 길 | 소용없다는 기대를 지운다 | 통제의 경험이 기본 반응을 누른다 |
'면역' 실험의 내용을 더 보기
통제를 먼저 경험한 동물은 나중에 피할 수 없는 고통을 겪어도 잘 무너지지 않습니다. 연구자들은 이것을 면역이라고 불렀습니다. 2006년 연구에서는 스스로 멈출 수 있는 충격을 먼저 겪은 쥐가 일주일 뒤 피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아도 무기력해지지 않았습니다. 이때 전전두피질의 그 부위를 약물로 꺼 두면 면역이 사라졌습니다.
2010년 연구에서는 면역이 다른 상황으로도 번졌습니다. 충격을 스스로 멈춰 본 쥐는 일주일 뒤 몸집 큰 쥐에게 싸움에서 지는 경험을 해도, 그런 경험이 없는 쥐보다 덜 위축됐습니다. 충격도, 장소도, 실험자도 달랐는데 통제의 경험이 옮겨 간 것입니다.
사람에게서는 어디까지 확인됐나
여기서 조심할 점이 있습니다. 2016년의 그림은 대부분 쥐의 뇌에서 나왔습니다. 마이어와 셀리그만도 사람의 뇌에서 통제를 다룬 연구는 최근의 것이고 수가 적다고 적었습니다.
두 사람이 사람 쪽 근거로 든 연구 가운데 하나가 2012년 커와 동료들의 실험입니다. 뱀을 몹시 두려워하는 21명에게 뱀 영상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신호를 주고, 어떤 때는 빨리 누르면 영상을 막을 수 있게, 어떤 때는 막을 수 없게 했습니다. 막을 수 있다고 믿은 때 불안이 줄었고, 전전두피질의 안쪽 아래 부위가 가장 활발했습니다. 쥐에서 본 그림과 방향이 같습니다.
다만 두 사람은 그 결과를 곧바로 쥐의 회로와 같다고 읽지 말라고 스스로 경고했습니다. 사람의 이 부위는 넓고 여러 일을 함께 맡습니다. 쥐 실험에서 핵심이 된 신경세포는 그중 아주 작은 일부라, 뇌 촬영에서 그 부위가 밝게 보였다고 해서 같은 회로가 움직였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배측 봉선핵은 너무 작아서 지금의 촬영 장비로는 제대로 볼 수도 없다고 적었습니다.
이 재해석이 아직 말하지 못하는 것을 더 보기
2016년 논문의 뒷부분, 곧 이 회로를 우울증 치료에 쓸 수 있다는 부분은 두 사람이 직접 추측이라고 밝혔습니다. 통제를 기대하게 만드는 이 경로를 '희망 회로'라고 불러도 좋겠다는 제안도 같은 자리에 있습니다. 사람의 우울이 이 회로로 설명된다는 것이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1978년의 설명 방식 이론은 버려진 것이 아닙니다. 두 사람은 사람에게서는 '다음에는 손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이 회로를 거쳐 작동할 것이라고 보고, 두 설명을 서로 보완하는 것으로 놓았습니다.
한 번이 아니라 매번 누르는 일
이 반전이 실천의 방향까지 뒤집지는 않습니다. 통제감을 되찾는 경험, 그리고 실패를 '이번 일'로 좁혀서 설명하는 습관이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길이라는 처방은 그대로입니다. 바뀐 것은 그 처방이 서 있는 자리입니다.
옛 설명대로라면 무기력은 잘못 배운 것이니, 한 번 바로잡으면 끝납니다. 새 설명대로라면 웅크림은 늘 깔려 있는 기본값이고, 통제의 경험은 그 위에 얹혀 매번 누르는 힘입니다. 작은 일이라도 내 손으로 결과를 바꾼 경험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마음을 다잡는 일이 왜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지를 이 차이가 설명해 줍니다.
여러분은 최근 '내가 손써서 결과가 달라졌다'고 느낀 일이 언제였나요?
출처: Overmier & Seligman, "Effects of inescapable shock upon subsequent escape and avoidance responding", Journal of Comparative and Physiological Psychology 63(1), 1967 (doi:10.1037/h0024166). Seligman & Maier, "Failure to escape traumatic shock",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74(1), 1967 (doi:10.1037/h0024514). Hiroto & Seligman, "Generality of learned helplessness in ma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31(2), 1975 (doi:10.1037/h0076270). Abramson, Seligman & Teasdale, "Learned helplessness in humans: Critique and reformulation", Journal of Abnormal Psychology 87(1), 1978 (doi:10.1037/0021-843X.87.1.49). Amat et al., "Medial prefrontal cortex determines how stressor controllability affects behavior and dorsal raphe nucleus", Nature Neuroscience 8, 2005 (doi:10.1038/nn1399). Amat et al., "Previous experience with behavioral control over stress blocks the behavioral and dorsal raphe nucleus activating effects of later uncontrollable stress", Journal of Neuroscience 26(51), 2006 (doi:10.1523/JNEUROSCI.3630-06.2006). Amat et al., "Behavioral control over shock blocks behavioral and neurochemical effects of later social defeat", Neuroscience 165(4), 2010 (doi:10.1016/j.neuroscience.2009.11.005). Kerr, McLaren, Mathy & Nitschke, "Controllability modulates the anticipatory response in the human 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 Frontiers in Psychology 3, 2012 (doi:10.3389/fpsyg.2012.00557). Maier & Seligman, "Learned helplessness at fifty: Insights from neuroscience", Psychological Review 123(4), 2016 (doi:10.1037/rev00000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