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판사가 밥 먹기 직전에는 가석방을 거의 안 해 준다던 2011년 연구는 이스라엘 판사 8명의 기록 1,112건에서 나왔습니다.
- 다시 들여다보니 사건의 차례가 무작위가 아니었고, 허가하는 사건이 시간이 더 걸려 쉬는 시간 앞에 덜 놓였습니다.
- 배고픔이 판단을 흔든다는 결론은 그 크기만큼은 믿기 어렵다는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안녕하세요, 태오입니다. 「정의는 판사가 아침에 무엇을 먹었느냐에 달렸다」는 말을 들어 보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오래된 농담인데, 2011년 한 연구가 이 농담을 숫자로 증명했다는 이야기가 퍼졌습니다. 중요한 면접이나 심사를 점심 직전에 잡지 말라는 조언도 여기서 나왔습니다. 오늘은 그 연구가 실제로 무엇을 쟀는지, 그리고 다시 들여다보니 무엇이 달라 보였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판사 8명, 기록 1,112건
교도소에 있는 사람이 형기를 다 채우기 전에 풀려나게 해 달라고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가석방이라고 합니다. 이스라엘에서는 판사가 이끄는 위원회가 이 신청을 하나씩 심사합니다.
2011년 샤이 단치거·조너선 레바브 연구팀이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논문을 실었습니다. 판사 8명이 내린 결정 1,112건을 모은 것입니다. 이 판사들은 하루를 세 번으로 나눠 일했습니다. 아침 간식과 점심이 그 사이에 끼어 있었습니다.
결과는 그림 한 장으로 요약됐습니다. 쉬고 막 돌아온 직후에는 허가 비율이 65% 안팎이었습니다. 사건을 하나씩 처리할수록 그 비율이 떨어져 쉬기 직전에는 거의 0에 닿았습니다. 그리고 밥을 먹고 오면 다시 65%로 돌아갔습니다.
연구팀은 조심스럽게 해석했습니다. 판단을 거듭하면 머리가 지치고, 지친 판사는 기본값인 「불허」로 기운다는 것입니다. 가석방을 안 해 주는 쪽은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 결정이라 고르기가 더 쉽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실험실 밖으로 나간 그래프
이 그래프는 금세 유명해졌습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이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이 연구를 「지친 판단」의 사례로 소개했습니다. 인용 횟수는 2,000번을 훌쩍 넘었습니다.
이야기는 퍼지면서 단순해졌습니다. 논문은 「판단이 쌓이면 지친다」를 조심스럽게 짐작했는데, 바깥에서는 「배고픈 판사는 가혹하다」가 됐습니다. 이름도 그렇게 붙었습니다. 배고픈 판사 효과입니다.
쟁점의 양면 — 배고픔이었나, 차례였나
같은 해 케렌 와인셜-마르겔과 존 샤파드 두 연구자가 같은 학술지에 반론을 실었습니다. 그들이 짚은 것은 판사가 아니라 사건이 놓이는 차례였습니다.
이 위원회에서는 사건의 순서가 무작위로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변호사가 없는 수감자는 대개 한 회차의 맨 끝에 놓였습니다. 그런데 변호사 없이 혼자 나온 사람은 원래 가석방을 덜 받습니다. 그렇다면 쉬기 직전의 허가율이 낮은 이유는 판사의 배고픔이 아니라 그 자리에 놓인 사람들일 수 있습니다.
원래 연구팀은 곧바로 답했습니다. 변호사 유무 같은 요인을 넣어 다시 계산해도 같은 모양이 나온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대목에서 논쟁은 한 번 멈췄습니다.
- 처음 주장지친 판사가 쉬운 결정인 불허로 기운다
- 반론불리한 사건이 처음부터 회차 끝에 놓였다
- 처음 연구팀의 답그 요인을 넣어도 같은 모양이 나온다
허가는 시간이 더 걸린다
2016년 독일의 심리학자 안드레아스 글뢰크너가 다른 각도에서 다시 봤습니다. 그는 사건 하나에 걸린 시간에 주목했습니다.
| 결정 | 평균 심리 시간 |
|---|---|
| 허가 | 약 7.4분 |
| 불허 | 약 5.2분 |
허가하는 사건이 2분쯤 더 걸립니다. 이제 쉬는 시간을 앞둔 판사를 떠올려 보시면 됩니다. 남은 시간이 빠듯하면 오래 걸릴 것 같은 사건을 지금 펼치지 않고 쉬고 와서 다루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러면 쉬기 직전 자리에는 짧게 끝나는 사건, 곧 불허가 더 많이 남습니다.
글뢰크너는 이 상황을 컴퓨터로 흉내 냈습니다. 배고프지도 지치지도 않은 가상의 판사가 시간 관리만 합리적으로 하게 했습니다. 그런데도 쉬기 직전에 허가율이 뚝 떨어지는 모양이 그대로 나왔습니다. 원래 분석에서 회차 끝의 사건 일부를 빼고 계산한 방식이 그 낙폭을 더 키운다는 점도 함께 짚었습니다.
시뮬레이션의 가정과 결론을 더 보기
글뢰크너는 가상의 판사가 정해진 시간 안에서 사건을 처리하되, 다음 사건이 시간을 넘길 것 같으면 회차를 끝낸다고 가정했습니다. 앞날을 전혀 내다보지 않고 시간을 넘긴 뒤에야 멈추는 판사로 바꿔도, 회차 끝의 일부 사건을 빼고 계산하는 방식만으로 낙폭이 생겼습니다. 그의 결론은 순서 효과가 실제보다 크게 추정됐으며, 이 자료만으로는 법과 무관한 요인이 판결을 흔든다는 결정적 증거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그는 효과가 전부 착시라고까지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일부는 설명되고 일부는 남는다는 쪽입니다.
그 크기가 오히려 의심스럽다
네덜란드의 심리학자 다니엘 라컨스는 2017년 다른 질문을 던졌습니다. 효과가 있느냐가 아니라, 이렇게 큰 효과가 있을 수 있느냐였습니다.
허가율이 65%에서 거의 0으로 떨어지는 차이를 통계에서 쓰는 효과 크기로 바꾸면 매우 큰 값이 나옵니다. 그가 비교한 것은 네덜란드 성인 남녀의 키 차이였습니다. 남녀 키는 평균 13cm쯤 차이 나는데, 효과 크기로는 이것과 비슷합니다.
남녀 키 차이는 일부러 찾지 않아도 누구나 압니다. 문틀과 의자와 옷 치수가 그 차이에 맞춰 만들어져 있습니다. 배고픔이 판단을 그만큼 흔든다면 법원과 회사와 병원이 이미 식사 시간을 중심으로 일정을 짜고 있어야 합니다. 라컨스는 그런 세상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이 크기는 심리 효과로는 있을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효과 크기 비교를 더 보기
글뢰크너는 허가율이 65%에서 5%로 떨어지는 변화를 오즈비 약 35, 표준화된 효과 크기 d로는 약 1.96으로 환산했습니다. 라컨스는 이 값이 21세 네덜란드 남녀의 키 차이와 비슷하다고 비교했습니다. 그가 함께 든 다른 큰 효과들은 대부분 거의 동어반복에 가까운 관계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메커니즘을 설명하지 못하는 한 이 결과를 편향의 예로 가르치지 말아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그래서 점심 직전의 면접은 피해야 하는가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판사 8명의 기록에서 쉬기 직전 허가율이 낮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그 자리에 어떤 사건이 놓였는지, 판사가 시간을 어떻게 나눴는지를 보면 배고픔이 아니어도 같은 그래프가 나옵니다. 그리고 그 낙폭은 우리가 아는 어떤 심리 효과보다도 큽니다.
그렇다고 사람의 판단이 언제나 한결같다는 뜻은 아닙니다. 피곤하면 실수가 늘고, 순서가 판단에 스미는 일도 실제로 있습니다. 다만 그것을 「배고픈 판사는 가혹하다」처럼 또렷한 법칙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이 연구가 받쳐 줄 수 있는 범위가 좁습니다.
다음에 「몇 시에 무엇을 하면 결과가 달라진다」는 이야기를 들으시면, 그 시각에 무엇이 함께 놓여 있었는지 한 번 물어보셔도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시나요?
출처: Danziger, Levav & Avnaim-Pesso (2011), "Extraneous factors in judicial decisions", PNAS 108(17). Weinshall-Margel & Shapard (2011), "Overlooked factors in the analysis of parole decisions", PNAS 108(42) E833, 원저자 답신 E834. Glöckner (2016), "The irrational hungry judge effect revisited: Simulations reveal that the magnitude of the effect is overestimated", Judgment and Decision Making 11(6). Lakens (2017), "Impossibly hungry judges"(블로그 글, 7월 3일). Kahneman (2011), Thinking, Fast and Slow. 인용 횟수는 Google Scholar 기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