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펜을 이로 물면 만화가 더 웃기다던 1988년 실험은 17개 연구실이 다시 재자 차이가 거의 0이었습니다.
- 2022년 3,878명 연구에서는 펜이 아니라 일부러 짓는 미소가 기분을 조금 올렸습니다.
- 남은 것은 미소가 기분을 바꾼다는 주장이 아니라, 아주 작은 조건에도 흔들리는 약한 효과입니다.
안녕하세요, 태오입니다. 기분이 가라앉은 날 억지로라도 웃어 보라는 말을 들어 보셨을 겁니다. 얼굴이 웃으면 마음도 따라온다는 이야기인데요, 이 조언 뒤에는 펜 한 자루로 한 유명한 실험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 실험을 다시 재 본 결과를 펼쳐 보고, 무엇이 남았는지 차분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펜을 이로 문 사람과 입술로 문 사람
1988년 독일의 심리학자 프리츠 슈트라크 연구팀은 참가자에게 펜을 입에 물고 만화를 보게 했습니다. 표정을 지으라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손을 다친 사람이 글씨를 쓰는 방법을 알아보는 실험이라고만 알렸습니다.
핵심은 펜을 무는 방법이었습니다. 펜을 이로 가로로 물면 입꼬리가 올라가 웃는 얼굴과 비슷해집니다. 입술로 오므려 물면 입이 삐죽 나와 웃기 어려운 얼굴이 됩니다.
결과는 깔끔했습니다. 이로 문 사람들이 같은 만화를 더 웃기다고 평가했습니다. 0부터 9까지 매기는 점수에서 평균 0.82점 차이였습니다. 연구팀은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웃는 줄도 모르고 웃는 얼굴이 되었는데도 기분이 따라왔다. 얼굴 근육의 움직임이 감정에 거꾸로 신호를 보낸다는 생각을 안면 피드백 가설이라고 부릅니다. 이 실험은 그 가설의 대표 증거가 되었고, 교과서와 강연에 오래 실렸습니다.
17개 연구실이 같은 절차로 다시 재다
2016년, 네덜란드의 에릭-얀 바겐메이커스가 이끄는 연구진이 이 실험을 다시 재기로 했습니다. 여러 나라의 17개 연구실이 같은 절차를 미리 공개해 두고 동시에 실험했습니다. 결과를 보고 나서 분석을 바꾸지 못하게 막은 방식입니다. 원래 실험의 저자인 슈트라크도 절차를 검토했습니다.
| 원래 실험 (1988년) | 다시 잰 실험 (2016년) | |
|---|---|---|
| 연구실 | 1곳 | 17곳 |
| 분석에 넣은 참가자 | 한 연구실 분량 | 1,894명 |
| 웃는 쪽과 아닌 쪽의 점수 차 | 0.82점 | 0.03점 |
0.03점은 사실상 차이가 없다는 뜻입니다. 이 값이 우연히 흔들릴 수 있는 범위에는 0이 넉넉히 들어갔습니다. 어느 한 연구실만 못 찾은 것이 아니라, 17곳의 결과가 고르게 0 근처에 모였습니다.
2016년 재현 연구의 수치를 더 보기
바겐메이커스 등(2016)의 메타분석에서 두 조건의 점수 차는 0.03점이었고 95% 신뢰구간은 −0.11에서 0.16이었습니다. 원래 연구가 보고한 0.82점은 이 구간 밖에 있습니다. 각 연구실은 조건마다 최소 50명을 모으기로 미리 약속했고, 실험의 목적을 눈치챈 참가자는 분석에서 뺐습니다. 연구진은 결과가 17개 연구실 사이에서 비교적 고르게 나타났다고 적었습니다.
쟁점의 양면 — 카메라 한 대가 결과를 갈랐나
여기서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2016년 재현 실험에는 원래 실험에 없던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참가자가 펜을 제대로 물었는지 확인하려고 비디오카메라로 녹화했다는 점입니다.
2018년 이스라엘 히브리대의 톰 노아 연구팀은 바로 그 점을 시험했습니다. 같은 펜 실험을 카메라가 있는 조건과 없는 조건으로 나눠 돌린 것입니다. 카메라가 없을 때는 웃는 쪽이 만화를 더 웃기다고 평가했고, 카메라가 있을 때는 그 차이가 사라졌습니다. 누가 지켜본다고 느끼면 사람은 자기 안의 느낌보다 바깥 기준에 기대어 판단한다는 해석입니다.
- 무너진 쪽펜 하나로 누구에게나 기분이 오른다는 넓은 주장
- 반론녹화 같은 작은 차이가 효과를 지웠다는 주장
- 남은 쪽조건이 맞으면 작게 나타날 수 있는 효과
이 반론에는 일리가 있습니다. 다만 거꾸로 읽으면, 이 효과는 카메라 한 대에도 사라질 만큼 약하다는 뜻이 됩니다. 일상은 늘 누군가의 시선 속에 있습니다. 실험실에서 조건을 잘 맞춰야만 보이는 효과라면, 억지 미소로 하루를 바꾼다는 조언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3,878명이 다시 웃어 보다
논쟁을 정리하려고 2022년에 더 큰 연구가 나왔습니다. 호주의 니컬러스 콜스가 이끈 「많은 미소 협업」입니다. 가설을 믿는 쪽과 의심하는 쪽 연구자가 함께 절차를 짰고, 19개 나라에서 3,878명이 참여했습니다.
이번에는 표정을 만드는 방법을 셋으로 나눴습니다.
| 방법 | 어떻게 | 행복감 |
|---|---|---|
| 펜 물기 | 1988년과 같은 방식 | 결론을 내기 어려움 |
| 따라 하기 | 웃는 배우 사진을 보고 표정을 흉내 냄 | 올라감 |
| 직접 짓기 | 입꼬리를 귀 쪽으로 당기라는 안내를 따름 | 올라감 |
흥미로운 점은 펜이 가장 약했다는 것입니다. 1988년 실험이 유명해진 이유는 참가자가 자기가 웃는 줄 몰랐기 때문인데, 바로 그 방식에서 효과가 가장 흐릿했습니다. 반대로 대놓고 웃는 표정을 지은 쪽에서는 행복감이 조금 올라갔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는 참가자가 실험의 목적을 짐작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지우기 어렵습니다. 웃으라고 하면 기분이 좋아져야 할 것 같다는 기대가 점수에 섞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2년 연구의 설계를 더 보기
콜스 등(2022)은 Nature Human Behaviour에 실린 사전등록 다기관 연구입니다. 참가자는 세 가지 방법 가운데 하나로 웃는 표정이나 무표정을 만든 뒤 행복감을 스스로 평가했습니다. 연구진은 따라 하기와 직접 짓기가 행복감을 키우기도 하고 새로 일으키기도 했다고 보고했고, 펜 물기에서는 증거가 덜 결정적이었다고 적었습니다.
그래서 억지 미소는 쓸모가 있는가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펜 하나로 모르는 사이에 기분이 바뀐다는 극적인 이야기는 다시 재자 거의 남지 않았습니다. 대신 일부러 웃는 표정을 지으면 기분이 조금 나아질 수 있다는, 훨씬 겸손한 결론이 남았습니다.
이 차이는 작아 보여도 중요합니다. 큰 효과라면 웃지 못하는 사람은 노력이 부족한 것이 됩니다. 작은 효과라면 웃는 표정은 기분을 돌리는 여러 방법 가운데 하나일 뿐이고, 안 통하는 날이 있는 것이 정상입니다.
다음에 억지로라도 웃어 보라는 말을 들으시면, 한 번쯤 해 보셔도 손해는 없습니다. 다만 웃어도 마음이 그대로라면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이 효과의 원래 크기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시나요?
출처: Strack, Martin & Stepper (1988), "Inhibiting and facilitating conditions of the human smil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54(5). Wagenmakers et al. (2016), "Registered Replication Report: Strack, Martin, & Stepper (1988)",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 11(6). Noah, Schul & Mayo (2018), "When both the original study and its failed replication are correct: Feeling observed eliminates the facial-feedback effect",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14(5). Coles et al. (2022), "A multi-lab test of the facial feedback hypothesis by the Many Smiles Collaboration", Nature Human Behaviour 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