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잼 24종보다 6종 앞에서 열 배 더 많이 샀다는 2000년 실험은 선택이 많을수록 손해라는 믿음을 퍼뜨렸습니다.
- 그런데 비슷한 실험 50개를 모아 평균을 내자 선택지 수의 효과는 거의 0이었습니다.
- 선택이 사람을 멈춰 세우는 것은 고르기 어렵고, 비교하기 어렵고, 원하는 것이 불분명할 때입니다.
안녕하세요, 태오입니다. 오늘은 '선택 과부하'라는 개념을 들여다보겠습니다. 고를 것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아무것도 고르지 못한다는 이야기인데요, 이 말이 널리 퍼진 계기는 마트 시식대에서 한 작은 실험이었습니다. 그 실험이 무엇을 보였고, 뒤에 다시 모아 본 연구들이 무엇을 바꿔 놓았는지 차근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시식대 위의 잼 24종과 6종
2000년, 심리학자 쉬나 아이엔가와 마크 레퍼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고급 식료품점에 잼 시식대를 차렸습니다. 두 번의 토요일 동안 시식대에 올리는 잼을 시간 단위로 바꿨습니다. 어떤 때는 24종, 어떤 때는 6종이었습니다. 다가온 손님에게는 잼을 1달러 싸게 사는 쿠폰을 줬습니다.
| 잼 24종 | 잼 6종 | |
|---|---|---|
| 지나가다 멈춘 손님 | 60% | 40% |
| 멈춘 손님 가운데 실제로 산 사람 | 3% | 약 30% |
많이 늘어놓은 쪽이 사람을 더 끌어모았습니다. 하지만 사는 순간에는 결과가 뒤집혔습니다. 볼 때는 많은 쪽에 끌리고, 살 때는 적은 쪽에서 결정한다는 것이 이 실험이 남긴 이야기였습니다.
같은 논문에는 실험이 둘 더 있습니다. 초콜릿 6종과 30종을 놓고 고르게 했을 때, 그리고 추가 점수를 받는 과제의 주제를 6개와 30개로 줬을 때도 같은 방향이 나왔습니다. 적은 목록을 받은 쪽이 더 만족했고, 과제를 더 많이 해 왔습니다.
'많으면 손해'가 상식이 되기까지
이 결과는 학계를 넘어 빠르게 퍼졌습니다. 상품 가짓수를 줄이자는 경영 조언, 메뉴판을 짧게 하라는 식당 컨설팅, 요금제를 세 개로 묶으라는 마케팅 원칙에 근거로 붙었습니다. 2004년에는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가 『선택의 역설』이라는 책으로 이 생각을 대중에게 널리 알렸습니다.
문제는 이 실험의 크기였습니다. 결론 전체가 손님들이 실제로 산 잼 35병에 기대고 있었습니다. 가게 한 곳에서 모두 열 시간 동안 진행한 실험이었습니다.
경제 저술가 짐 만지는 2012년 책에서 이 점을 짚었습니다. 이 결과가 어디서나 통한다면, 가게들은 상품의 4분의 3을 치우고 매출을 열 배로 늘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실험이 보여준 것은 그날 그 가게의 사정이었을 수 있습니다.
50개 실험을 모아 보니
2010년, 베냐민 샤이베헤네를 비롯한 연구진이 선택지 수를 바꿔 본 실험 50개를 모아 한꺼번에 분석했습니다. 발표되지 않은 실험까지 찾아 넣었고, 참가자는 모두 5,036명이었습니다. 이렇게 여러 연구를 묶어 평균을 내는 방법을 메타분석이라고 합니다.
결과는 이렇습니다. 선택지를 늘렸을 때의 평균 효과는 거의 0이었습니다. 다만 연구마다 결과가 크게 갈렸습니다. 어떤 실험에서는 선택지가 많을 때 덜 샀고, 어떤 실험에서는 오히려 더 만족했습니다. 평균이 0이라는 것은 효과가 없다는 뜻이라기보다, 서로 반대 방향의 결과가 섞여 있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메타분석의 범위를 더 보기
2010년 분석은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에 실렸습니다. 실험 50개에서 나온 조건 63개를 묶었습니다. 연구진은 선택 과부하가 생기기 위해 필요해 보이는 조건 몇 가지는 찾았지만, 그것만 갖추면 반드시 생긴다고 말할 수 있는 조건은 찾지 못했다고 적었습니다.
언제 선택이 사람을 멈춰 세우나
그렇다면 선택 과부하는 지어낸 이야기였을까요. 2015년, 알렉산더 체르네프와 동료들이 다시 연구들을 모아 질문을 바꿨습니다. 효과가 있느냐가 아니라 언제 생기느냐를 물은 것입니다.
그들이 찾은 조건은 넷입니다.
- 결정 자체가 어렵다시간이 없거나, 꼭 하나만 골라야 할 때
- 선택지가 복잡하다눈에 띄는 최선이 없고, 저마다 장단점이 엇갈릴 때
- 원하는 것이 불분명하다무엇을 좋아하는지 스스로 정해 두지 않았을 때
- 빨리 끝내고 싶다잘 고르기보다 수고를 덜고 싶을 때
이 조건들을 함께 놓고 보면, 선택지 수의 효과가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나타났습니다. 처음 보는 잼 스물네 가지 앞에서 무엇이 좋은지 모르는 손님은 이 조건을 여럿 갖춘 셈입니다. 반대로 늘 마시는 커피를 정해 둔 사람에게 메뉴판이 길다고 해서 주문이 멈추지는 않습니다.
쟁점의 양면
이 논쟁을 두 쪽으로 나눠 보겠습니다.
먼저 원래 실험을 옹호하는 쪽입니다. 잼 실험은 실험실이 아니라 실제 가게에서, 실제 돈을 내는 손님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그런 현장 실험은 드물고, 조건이 맞을 때 선택 과부하가 실제로 일어난다는 것은 뒤의 메타분석도 인정합니다.
다음은 비판하는 쪽입니다. 작은 표본 하나에서 나온 극적인 숫자가 20년 가까이 일반 법칙처럼 쓰였습니다. 상품을 줄이라는 조언은 늘 맞는 말처럼 들렸지만, 조건을 따지지 않으면 고를 것이 많아서 좋은 사람의 선택권을 빼앗는 결정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정리하면, 선택 과부하는 늘 일어나는 법칙이 아닙니다. 특정한 조건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읽는 편이 정확합니다.
고르기 어려울 때 써 보는 법
여러분이 무언가를 고르다 지칠 때, 선택지를 줄이기 전에 조건부터 바꿔 볼 수 있습니다.
- 1기준을 먼저 적기무엇이 중요한지 두세 가지를 정하고 나서 목록을 봅니다
- 2한 번에 둘씩 비교하기스물네 개를 한꺼번에 보지 말고 두 개씩 떨어뜨립니다
- 3충분하면 멈추기기준을 넘는 첫 후보에서 결정을 끝냅니다
여러분은 최근 무언가를 고르다 그만둔 적이 있으신가요? 그때 부족했던 것은 선택지였는지, 기준이었는지 떠올려 보시면 좋겠습니다.
출처: Iyengar, S. S., & Lepper, M. R. (2000). When choice is demotivating: Can one desire too much of a good thing?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9(6), 995–1006. Scheibehenne, B., Greifeneder, R., & Todd, P. M. (2010). Can there ever be too many options? A meta-analytic review of choice overload.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37(3), 409–425. Chernev, A., Böckenholt, U., & Goodman, J. (2015). Choice overload: A conceptual review and meta-analysis. Journal of Consumer Psychology, 25(2), 333–358. Manzi, J. (2012). Uncontrolled. Schwartz, B. (2004). The Paradox of Choi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