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나간 일을 떠올릴 때 우리는 전체를 더하지 않고, 가장 강했던 순간과 마지막 순간을 주로 봅니다.
- 그래서 고통을 더 오래 겪고도 끝이 덜 아팠던 쪽을 다시 고르는 일이 실험에서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 기억이 다음 선택을 정하므로, 일을 어떻게 끝내느냐가 다음에 다시 할지를 가릅니다.
안녕하세요, 태오입니다. 오늘은 여러분이 어떤 일을 다시 할지 말지를 정하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치과 진료든 긴 여행이든, 우리는 지나간 경험을 떠올려 보고 다음을 정합니다. 그런데 그때 떠올리는 것은 경험 전체가 아니라 몇 개의 장면입니다.
찬물에 손을 넣는 실험
1993년,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과 동료들이 간단한 실험을 했습니다. 참가자들은 두 번 손을 찬물에 담갔습니다.
| 첫 60초 | 그 뒤 | 전체 시간 | |
|---|---|---|---|
| 짧은 시행 | 14°C 물 | 끝 | 60초 |
| 긴 시행 | 14°C 물 | 30초 더, 물을 15°C로 조금 데움 | 90초 |
긴 시행은 짧은 시행을 통째로 품고 있습니다. 같은 60초를 견딘 뒤, 덜 차갑기는 해도 여전히 차가운 물에 30초를 더 있었습니다. 고통의 총량으로 보면 긴 시행이 분명히 더 나쁩니다.
그런데 둘 중 하나를 한 번 더 해야 한다고 하자, 참가자 대부분이 더 긴 쪽을 골랐습니다. 끝이 조금 덜 아팠다는 이유 하나로, 더 오래 아픈 쪽을 택한 것입니다.
가장 강한 순간과 마지막 순간
이 결과를 설명하는 말이 피크엔드 법칙입니다. 피크는 경험에서 가장 강렬했던 순간, 엔드는 마지막 순간을 뜻합니다. 지나간 경험을 평가할 때 우리는 이 두 순간을 주로 보고 얼마나 오래 이어졌는지는 거의 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길이를 보지 않는 성질에도 이름이 있습니다. 지속 시간 무시라고 합니다. 찬물 실험에서 30초가 더해졌다는 사실은 기억 속에서 거의 무게를 갖지 못했습니다. 무게를 가진 것은 마지막에 물이 조금 덜 차가웠다는 인상이었습니다.
카너먼은 이것을 두 개의 자아로 설명했습니다.
- 경험하는 자아지금 이 순간 얼마나 아픈지를 겪는 쪽
- 기억하는 자아끝난 뒤 이야기를 정리하고 다음 선택을 내리는 쪽
찬물 속 30초를 견딘 것은 경험하는 자아였지만, 다음 시행을 고른 것은 기억하는 자아였습니다.
병원에서 다시 확인된 것
실험실 밖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나는지 본 연구가 있습니다. 2003년 캐나다 토론토의 연구진은 대장내시경을 받는 외래 환자 682명을 두 무리로 나눴습니다.
한 무리는 검사가 평소대로 끝났습니다. 다른 무리는 검사 끝에 짧은 시간을 더했습니다. 내시경 끝을 움직이지 않고 잠시 그대로 둔 것인데, 약간 불편하지만 검사 중 가장 아픈 순간보다는 훨씬 덜한 상태였습니다.
결과는 찬물 실험과 같은 방향이었습니다. 덜 아프게 끝난 무리가 검사 전체를 덜 불쾌했다고 기억했습니다. 그리고 의사가 다시 받아 보라고 권했을 때 실제로 다시 받으러 오는 비율도 더 높았습니다.
이 대목이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대장내시경은 정해진 간격으로 다시 받아야 하는 검사입니다. 기억이 나쁘면 다음 검사를 미루고, 미룬 검사는 건강에 실제 손해가 됩니다. 기억 하나가 다음 행동을 바꾼 셈입니다.
두 연구의 설계를 더 보기
찬물 실험은 1993년 Psychological Science 에 실렸습니다. 두 시행의 순서와 어느 손을 쓰는지는 참가자마다 바꿔서, 순서 효과가 결과를 만들지 않게 했습니다. 참가자는 시행 중에도 고통 정도를 계속 표시했는데, 긴 시행의 마지막 30초 동안 고통 표시가 낮아진 사람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대장내시경 연구는 2003년 학술지 Pain 에 실렸습니다. 무작위 배정이라 두 무리의 차이는 검사를 끝내는 방식 하나뿐이었습니다. 앞선 1996년 연구에서는 같은 연구진이 환자에게 검사 내내 고통을 표시하게 했는데, 검사 시간이 길었던 환자가 더 나쁘게 기억하지는 않았고 가장 아픈 순간과 마지막 순간의 고통이 기억을 더 잘 설명했습니다.
쟁점의 양면
피크엔드 법칙은 쓰기 좋은 만큼 함부로 쓰이기도 합니다. 양쪽을 나눠 보겠습니다.
먼저 쓸모가 있는 쪽입니다. 고통스럽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덜 꺼리게 만들 수 있습니다. 진료, 운동, 어려운 공부처럼 다시 돌아와야 의미가 있는 일에서는 끝을 부드럽게 하는 것이 다음 참여를 늘립니다. 실제로 공부 과제 끝에 쉬운 문제를 덧붙이자 다음 공부를 덜 꺼렸다는 후속 연구도 있습니다.
반대로 조심할 쪽도 있습니다. 같은 원리는 남을 설득하는 데에도 쓰입니다. 끝만 좋게 꾸미면 중간에 겪은 불편이 기억에서 흐려지므로, 길고 불편한 과정을 감추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경험하는 자아가 겪은 30초는 기억에서 사라졌을 뿐 실제로 없던 일이 아닙니다. 더 오래 아팠다는 사실은 그대로 남습니다.
그래서 이 법칙은 어떻게 끝내느냐에만 매달리라는 말로 읽기보다, 기억과 실제가 어긋날 수 있다는 경고로도 함께 읽는 편이 정직합니다.
일상에서 써 보는 법
여러분이 무엇을 끝낼 때 이 법칙을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 1마지막을 쉽게운동은 가장 힘든 세트로 끝내지 말고 가벼운 정리로 닫습니다
- 2끝난 뒤 한 번 더 묻기좋았다·싫었다는 인상이 끝 장면 때문인지 짚어 봅니다
- 3기록으로 보완하기길게 이어지는 일은 중간에 적어 두면 기억이 덜 기울어집니다
여러분은 최근에 끝 장면 하나 때문에 전체를 다르게 기억하게 된 일이 있으신가요?
출처: Kahneman, D., Fredrickson, B. L., Schreiber, C. A., & Redelmeier, D. A. (1993). When more pain is preferred to less: Adding a better end. Psychological Science, 4(6). Redelmeier, D. A., & Kahneman, D. (1996). Patients' memories of painful medical treatments. Pain, 66(1). Redelmeier, D. A., Katz, J., & Kahneman, D. (2003). Memories of colonoscopy: a randomized trial. Pain, 104(1–2), 187–194. Finn, B. (2010). Ending on a high note: Adding a better end to effortful study.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Learning, Memory, and Cognit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