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감자는 회사가 장부의 자본금을 줄이는 일입니다. 주주의 주식 수도 대개 함께 줄어듭니다.
- 무상감자는 주주에게 아무것도 돌려주지 않고, 쌓인 손실을 장부에서 지우는 데 씁니다.
- 유상감자는 줄인 만큼 주주에게 돈을 돌려줍니다. 회사 밖으로 실제 돈이 나갑니다.
안녕하세요, 태오입니다. 오늘은 '감자'를 풀어 보겠습니다. 갖고 있던 종목이 「10대1 무상감자」를 발표하면, 여러분 계좌의 1,000주는 어느 날 100주가 됩니다. 그 사이 내 돈은 사라진 것인지, 회사는 왜 이런 일을 하는지, 그리고 이름이 비슷한 유상감자와는 무엇이 다른지 숫자로 차근히 짚어 보겠습니다.
이 말은 어디서 나오는가
감자라는 말은 주로 공시 제목에서 만납니다. 「감자 결정」, 「무상감자 후 거래 재개」 같은 문장입니다. 먹는 감자와는 관계가 없고, 한자로 덜 감(減)에 자본 자(資)를 씁니다. 자본을 줄인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줄이는 것은 회사의 돈 전체가 아니라 장부의 한 칸입니다. 그 칸의 이름이 자본금입니다. 자본금은 주식 한 장에 적힌 금액인 액면가에 발행한 주식 수를 곱한 값입니다.
그래서 자본금을 줄이는 길은 둘뿐입니다. 주식 수를 줄이거나, 한 장의 액면가를 낮추는 것입니다. 국내 상장사는 대개 앞의 방법을 씁니다. 여러 장을 한 장으로 합치는 식입니다.
무상감자 — 돌려주는 것 없이 장부만 줄인다
무상감자는 주주에게 아무 대가도 주지 않고 자본금을 줄이는 일입니다. 회사 금고에서 돈이 한 푼도 나가지 않습니다. 대신 장부의 숫자가 바뀝니다.
가상의 회사 하나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액면가 500원짜리 주식 2,000만 주를 발행해 자본금이 100억 원인 회사입니다. 그런데 몇 년 동안 손해를 봐서 쌓인 손실이 70억 원입니다. 이렇게 쌓인 손실을 결손금이라고 합니다.
| 감자 전 | 10대1 무상감자 후 | |
|---|---|---|
| 발행 주식 | 2,000만 주 | 200만 주 |
| 자본금 | 100억 원 | 10억 원 |
| 결손금 | -70억 원 | 0원 |
| 감자로 남은 잉여금 | 없음 | 20억 원 |
| 회사의 순자산(자본총계) | 30억 원 | 30억 원 |
자본금에서 줄어든 90억 원으로 결손금 70억 원을 지우고, 남은 20억 원은 잉여금 칸으로 갑니다. 맨 아랫줄은 감자 전과 후가 똑같습니다. 회사가 가진 재산에서 빚을 뺀 순자산은 1원도 늘지 않았습니다. 바뀐 것은 장부의 칸 배치뿐입니다.
그렇다면 왜 하는가 — 자본잠식을 벗어나려고
같은 순자산을 두고 칸만 옮기는 일을 회사가 굳이 하는 이유는 자본잠식이라는 상태 때문입니다. 순자산이 자본금보다 작아진 상태를 자본잠식이라고 합니다. 주주가 처음 넣은 돈이 손실에 먹혀 들어갔다는 뜻입니다.
얼마나 먹혔는지는 자본잠식률로 잽니다. 자본금에서 순자산을 뺀 값을 자본금으로 나눈 비율입니다. 위 회사의 감자 전 숫자를 넣으면 이렇습니다.
| 감자 전 | 감자 후 | |
|---|---|---|
| 자본금 | 100억 원 | 10억 원 |
| 순자산 | 30억 원 | 30억 원 |
| 자본잠식률 | 70% | 잠식 없음 |
상장사에 이 비율은 가볍지 않습니다. 사업연도 말에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습니다. 관리종목은 상장이 위태롭다고 거래소가 표시해 두는 종목입니다. 그 상태가 이어지거나 순자산이 0 아래로 내려가면 상장폐지 사유가 됩니다.
무상감자는 손실을 없애는 일이 아니라 손실이 보이는 자리를 지우는 일입니다. 분모인 자본금을 줄여 비율을 내리는 것입니다. 회사가 다시 돈을 벌기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주주에게는 무엇이 일어나나
주주 한 사람이 위 회사 주식 1,000주를 갖고 있었다고 해 보겠습니다. 감자 직전 주가가 500원이라면 평가금액은 50만 원입니다.
| 감자 전 | 10대1 무상감자 후 | |
|---|---|---|
| 가진 주식 | 1,000주 | 100주 |
| 한 주 기준 가격 | 500원 | 5,000원 |
| 평가금액 | 50만 원 | 50만 원 |
거래가 다시 열리는 날의 기준 가격은 주식이 줄어든 비율만큼 올려서 정합니다. 그래서 장부로 보면 내 몫은 그대로입니다. 주식 수가 줄어든 비율과 가격이 오른 비율이 서로를 지웁니다.
다만 그 계산은 거래가 다시 열리는 첫 기준 가격까지의 이야기입니다. 그 뒤의 주가는 회사의 형편을 보고 다시 움직입니다. 무상감자를 한다는 것 자체가 손실이 쌓였다는 고백이라, 시장이 그 사실을 어떻게 읽는지는 종목마다 다릅니다.
감자 중에는 며칠 동안 팔 수 없는 기간도 있습니다. 줄어든 주식을 주주 계좌마다 새로 맞춰 넣는 동안 매매가 멈춥니다. 2026년 주식병합 공시들을 보면 이 정지가 약 3주 이어졌습니다. 그 사이에는 팔고 싶어도 팔 수 없습니다.
나누어떨어지지 않는 몫도 생깁니다. 1,005주를 가진 사람이 10대1 감자를 맞으면 0.5주가 남습니다. 한 주 미만의 이 몫을 단주라고 하고, 회사가 정한 가격으로 계산해 현금으로 넣어 줍니다.
유상감자 — 줄인 만큼 주주에게 돈을 돌려준다
유상감자는 반대입니다. 자본금을 줄이면서 줄인 주식의 값을 주주에게 돈으로 돌려줍니다. 이번에는 회사 금고에서 실제로 돈이 나갑니다.
회사가 사업에 쓸 돈보다 자본이 많을 때, 남는 돈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방법으로 씁니다. 대주주가 회사에 넣어 둔 돈을 다시 꺼내는 길로 쓰이기도 합니다. 순자산이 실제로 줄어들기 때문에 이쪽을 실질적 감자라고 부르고, 무상감자는 형식적 감자라고 부릅니다.
회사에서 돈이 빠져나가면 걱정하는 사람이 하나 더 생깁니다. 그 회사에 돈을 빌려준 사람, 곧 채권자입니다. 갚을 돈이 있어야 할 금고가 비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상법은 유상감자에 문턱을 두 개 둡니다.
| 무상감자 (손실을 지우는 목적) | 유상감자 | |
|---|---|---|
| 주주에게 돌아오는 돈 | 없다 | 있다 |
| 회사의 순자산 | 그대로다 | 줄어든다 |
| 주주총회 결의 | 보통결의 | 특별결의 |
| 채권자 이의 절차 | 면제 | 거쳐야 한다 |
보통결의는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되는 결의입니다. 특별결의는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문턱이 높은 결의입니다. 채권자 이의 절차는 회사가 감자를 공고하고, 채권자가 1개월 이상의 기간 동안 반대할 수 있게 하는 절차입니다.
손실을 지우는 무상감자에 문턱이 낮은 것은 2011년 상법 개정 때부터입니다. 회사 밖으로 나가는 돈이 없으니 채권자가 잃을 것도 없다고 본 것입니다.
유상감자로 받은 돈에 세금이 붙는 경우 보기
유상감자로 받은 돈이 그 주식을 산 값보다 많으면, 넘는 부분을 배당을 받은 것으로 보고 세금을 매길 수 있습니다. 이것을 의제배당이라고 합니다. 회사가 이익을 배당 대신 감자 대가로 돌려줘도 세금은 피해 가지 않게 하려는 장치입니다.
얼마가 과세되는지는 각자 언제 얼마에 샀는지에 따라 갈리므로, 실제로 받는 경우에는 증권사 안내나 세무 상담으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헷갈리는 것과 가르기 — 주식병합, 액면병합
감자는 겉모습이 주식병합과 닮았습니다. 둘 다 여러 장을 한 장으로 합치고, 둘 다 한 주 가격이 그 비율만큼 올라갑니다. 갈리는 자리는 액면가와 자본금입니다.
| 감자 (병합 방식) | 주식병합 (액면병합) | |
|---|---|---|
| 주식 수 | 줄어든다 | 줄어든다 |
| 한 장의 액면가 | 그대로다 | 비율만큼 커진다 |
| 장부의 자본금 | 줄어든다 | 그대로다 |
| 주로 하는 이유 | 손실 정리, 돈 돌려주기 | 너무 낮은 주가 올리기 |
액면가 500원짜리 열 장을 합칠 때, 액면가 5,000원짜리 한 장으로 바꾸면 자본금이 그대로라 액면병합입니다. 액면가 500원짜리 한 장으로 바꾸면 나머지 4,500원어치가 장부에서 사라지니 감자입니다. 액면병합은 액면분할 뜻과 액면병합 글에서 따로 풀었습니다.
반대 방향인 증자와 견주면 더 또렷합니다. 유상증자가 주주에게 돈을 받아 자본금을 늘린다면, 유상감자는 주주에게 돈을 돌려주며 자본금을 줄입니다. 증자 쪽 이야기는 유상증자 무상증자 차이 글에 있습니다.
그래서 볼 때 무엇을 보나
감자 공시를 보면 세 가지를 확인하면 됩니다.
- 1무상인가 유상인가돈이 주주에게 오는지, 장부만 바뀌는지가 여기서 갈립니다
- 2감자의 목적공시의 「감자 사유」 칸에 결손 보전인지 적혀 있습니다
- 3매매거래 정지 기간신주가 상장되기 전날까지는 팔 수 없습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함께 읽습니다. 무상감자에 사유가 결손 보전이면, 회사가 자본잠식을 벗어나려는 것입니다. 그때 물어야 할 것은 감자 비율이 아니라 감자 뒤에 회사가 무엇으로 돈을 벌 것인가입니다. 같은 공시에 유상증자가 함께 붙어 있다면, 장부를 정리한 다음 새 돈을 받겠다는 계획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무상감자는 잘못된 것을 고치는 일이 아니라 지난 손실을 인정하고 장부를 새로 쓰는 일입니다. 여러분이 가진 종목이 감자를 발표했다면, 줄어든 주식 수보다 그 뒤의 사업 계획부터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출처: 자본금 감소의 결의 요건(특별결의, 결손 보전 시 보통결의)은 상법 제438조, 채권자 보호 절차와 결손 보전 감자의 면제는 상법 제439조(2011년 개정)·제232조. 자본잠식률 계산식과 관리종목 지정·상장폐지 기준은 한국거래소 상장규정 및 2026년 2월 KIND 안내 자료. 주식병합·감자 시 매매거래 정지 기간과 단주 처리는 2026년 KIND 주식병합 공시(조아제약 8월 5~26일 정지 등). 유상감자의 의제배당 과세는 법률사무소 안내 자료. 가상의 회사와 주주 예시의 숫자는 계산을 보여 주기 위해 만든 것입니다.
본 글은 개인적인 분석일 뿐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