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OE는 주주가 맡긴 돈으로 회사가 1년에 얼마를 벌었는지 보는 숫자입니다.
- 같은 ROE라도 많이 남겨서 높은 회사와 빚을 많이 져서 높은 회사가 있습니다.
- 한 해 숫자보다 여러 해 동안 꾸준한지, 부채비율은 어떤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안녕하세요, 태오입니다. 오늘은 'ROE'를 풀어 보겠습니다. ROE는 회사가 주주에게서 받은 돈 100원으로 1년에 몇 원을 벌었는지 알려 주는 숫자입니다. 주식을 한 주라도 갖고 계시다면 여러분도 그 회사에 돈을 맡긴 주주이고, 이 숫자는 맡긴 돈이 얼마나 일하고 있는지를 말해 줍니다. 읽고 나서 들고 계신 종목의 ROE를 한 번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이 말이 어디서 나오는가
ROE는 증권사 앱의 종목 정보 화면에 PER·PBR과 나란히 붙어 나옵니다. 기사에서는 "ROE가 높은 회사", "ROE 개선" 같은 말로 자주 등장합니다.
지난 두 글에서 다룬 PER과 PBR은 주가가 비싼지 싼지를 묻는 숫자였습니다. ROE는 성격이 다릅니다. 주가를 쓰지 않고 회사가 장사를 얼마나 잘하는지를 묻습니다.
그래서 ROE는 값을 따지기 전에 먼저 보는 숫자입니다. 정부가 2024년부터 추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도 상장사에 PBR과 함께 ROE를 비교해 공시하도록 권했습니다.
뜻 — 1년 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
회사가 가진 재산에서 빚을 빼면 주주 몫이 남습니다. 이것을 자기자본이라고 합니다. 주주가 처음 넣은 돈에 그동안 벌어서 쌓아 둔 이익이 더해진 금액입니다.
ROE(자기자본이익률, Return On Equity)는 1년 동안 번 순이익을 이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입니다. 순이익은 매출에서 비용과 세금을 다 빼고 남은 돈입니다.
| 회사 가 | 회사 나 | |
|---|---|---|
| 1년 순이익 | 10억 원 | 10억 원 |
| 자기자본 | 100억 원 | 50억 원 |
| ROE | 10% | 20% |
두 회사는 같은 돈을 벌었습니다. 그런데 회사 나는 주주 돈을 절반만 쓰고 같은 이익을 냈습니다. ROE가 두 배인 이유입니다.
통장에 비유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예금 이자율이 맡긴 돈에 붙는 비율이듯, ROE는 주주가 맡긴 돈에 붙는 회사의 이익률입니다. 다만 예금 이자와 달리 정해져 있지 않고 해마다 바뀝니다.
자기자본을 어느 시점 값으로 넣는지 보기
순이익은 1년 동안 쌓인 값인데 자기자본은 특정 날짜의 값입니다. 그래서 많은 자료가 연초와 연말 자기자본의 평균으로 나눕니다. 연말 값으로 나누는 곳도 있어 같은 회사라도 자료마다 ROE가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비교할 때는 한 자료 안에서 비교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왜 이 숫자가 오래 쓰였나
이 계산은 백 년이 넘었습니다. 1914년 무렵 미국 화학회사 듀폰의 재무 담당 도널드슨 브라운이 사업부마다 투자한 돈으로 얼마를 버는지 견주는 식을 만들었습니다. 회사가 화약에서 여러 사업으로 넓어지던 때라 어느 사업에 돈을 더 넣을지 고를 기준이 필요했습니다.
투자자 쪽에서도 이 숫자를 중시했습니다. 워런 버핏은 1979년 주주서한에서 경영 성과를 주당순이익이 꾸준히 오르는지로 보지 말고 자기자본에 대한 이익률로 보라고 적었습니다. 단서도 붙였습니다. 빚을 지나치게 쓰거나 회계 장난을 하지 않고 낸 이익률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회사가 번 돈을 나눠 주지 않고 쌓아 두기만 해도 자기자본은 커지고, 그 돈을 예금에만 넣어 둬도 이익은 조금씩 늘어납니다. 이익이 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잘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늘어난 밑천만큼 더 벌었는가를 물어야 하고, 그 물음에 답하는 숫자가 ROE입니다.
어떻게 높아지는가 — 세 갈래로 쪼개 보기
도널드슨 브라운의 방식은 ROE를 세 숫자의 곱으로 나눕니다. 그의 회사 이름을 따서 듀퐁 분석이라고 부릅니다.
- 1얼마나 남기나순이익률 — 매출 100원에서 남는 이익
- 2얼마나 굴리나자산회전율 — 가진 재산으로 낸 매출
- 3얼마나 빌렸나재무레버리지 — 자산이 자기자본의 몇 배인지
세 숫자를 곱하면 매출과 자산이 서로 지워지고 순이익 ÷ 자기자본, 곧 ROE만 남습니다. 가상의 두 회사로 계산해 보겠습니다. 둘 다 매출 1,000억 원에 순이익 50억 원입니다.
| 회사 다 | 회사 라 | |
|---|---|---|
| 순이익률 (순이익 ÷ 매출) | 5% | 5% |
| 자산회전율 (매출 ÷ 총자산) | 2회 | 1회 |
| 재무레버리지 (총자산 ÷ 자기자본) | 2배 | 8배 |
| ROE | 20% | 40% |
회사 라의 ROE가 두 배 높습니다. 그런데 이익을 더 남긴 것도 아니고 재산을 더 잘 굴린 것도 아닙니다. 자산 대부분을 빚으로 채웠을 뿐입니다.
자산이 자기자본의 8배라는 것은 재산의 8분의 7이 빌린 돈이라는 뜻입니다. 장사가 잘될 때는 적은 주주 돈으로 큰 이익률이 나오지만, 손실이 나면 같은 원리로 주주 몫이 빠르게 줄어듭니다. 빚으로 산 주식이 오를 때와 내릴 때 둘 다 크게 움직이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 반대쪽 끝은 반대매매 글에서 다뤘습니다.
헷갈리는 것과 가르기 — ROA, 그리고 높아 보이는 ROE
ROE와 가장 자주 섞이는 것이 ROA(총자산이익률)입니다. 나누는 대상이 다릅니다.
| ROE | ROA | |
|---|---|---|
| 나누는 것 | 자기자본 (주주 몫) | 총자산 (빌린 돈 포함 전부) |
| 묻는 것 | 주주 돈으로 얼마를 벌었나 | 회사 재산 전체로 얼마를 벌었나 |
| 빚이 늘면 | 높아지기 쉽다 | 거의 그대로 |
그래서 둘을 나란히 두면 빚의 몫이 보입니다. ROA는 낮은데 ROE만 높다면 이익률이 빚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큽니다. 위 표의 회사 라는 ROA가 5%이고, 회사 다는 10%입니다.
빚 말고도 ROE가 실제보다 좋아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 한 번뿐인 이익땅이나 자회사를 판 돈이 순이익에 들어간 해
- 자기자본이 줄어든 해큰 손실이나 자사주 매입으로 분모가 작아진 경우
- 자기자본이 마이너스빚이 재산보다 많으면 계산 결과가 아무 뜻이 없다
두 번째 중 자사주 매입은 나쁜 일이 아닙니다. 주주에게 돈을 돌려준 결과라서 ROE가 오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다만 장사를 더 잘해서 오른 것과는 구분해서 읽어야 합니다. 자사주를 사는 것과 없애는 것의 차이는 자사주 소각 글에서 풀었습니다.
마지막 경우는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적자를 낸 회사의 자기자본이 마이너스이면 마이너스를 마이너스로 나눠 ROE가 플러스로 찍힙니다. 숫자만 보면 돈을 잘 버는 회사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볼 때 무엇을 보나
ROE를 보실 때는 이 순서를 권합니다.
첫째, 한 해가 아니라 여러 해를 봅니다. 5년쯤 늘어놓았을 때 비슷한 수준을 지키는 회사가 한 해만 튀는 회사보다 믿을 만합니다. 꾸준한 ROE가 높은 ROE보다 많은 것을 말해 줍니다.
둘째, 부채비율이나 ROA를 옆에 둡니다. 빚으로 만든 이익률인지 장사로 만든 이익률인지 여기서 갈립니다.
셋째, 같은 업종끼리 견줍니다. 은행은 원래 빌린 돈으로 장사하는 업종이라 재무레버리지가 높고, 공장이 큰 제조업은 자산회전율이 낮게 나옵니다. 업종이 다르면 출발선이 다릅니다.
넷째, 값과 함께 봅니다. PBR 글에서 보았듯 PBR은 PER에 ROE를 곱한 값과 같습니다. ROE가 높은데 PBR이 낮다면 시장이 그 이익이 오래가지 않는다고 보는 것일 수 있고, 거꾸로 그 판단이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인지는 앞의 세 단계가 가려 줍니다.
여러분의 종목은 ROE가 몇 퍼센트인가요? 다음에 그 숫자를 보시면 그것이 남겨서 나온 것인지, 빌려서 나온 것인지 한 번 쪼개 보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개인적인 분석일 뿐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출처: 도널드슨 브라운과 듀퐁 분석의 유래는 미국 해글리 박물관·도서관 「The Father of ROI: Donaldson Brown」과 Wikipedia 「DuPont analysis」. 워런 버핏의 발언은 버크셔 해서웨이 1979년 주주서한(berkshirehathaway.com). 밸류업 프로그램의 ROE 공시 권고는 파이낸셜뉴스 보도(2024년 2월). 표의 회사는 계산을 보이기 위한 가상의 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