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액면분할은 주식 한 장을 여러 장으로 쪼개는 일입니다. 회사의 값도, 내가 가진 몫도 그대로입니다.
- 주식 수가 늘어난 비율만큼 한 주 가격이 내려갑니다. 그래서 계좌의 평가금액은 바뀌지 않습니다.
- 액면병합은 그 반대로 여러 장을 한 장으로 합치는 일이고, 이것도 내 몫을 바꾸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태오입니다. 오늘은 '액면분할'을 풀어 보겠습니다. 어느 날 계좌를 열었더니 갖고 있던 주식이 50배로 늘어나 있다면, 여러분은 부자가 된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지 않습니다. 왜 그런지, 그리고 회사는 왜 굳이 이런 일을 하는지 숫자로 차근히 짚어 보겠습니다.
이 말은 어디서 나오는가
액면분할이라는 말은 주로 공시와 뉴스 제목에서 만납니다. 「○○, 5대1 액면분할 결정」이나 「액면분할로 사흘간 거래 정지」 같은 문장입니다. 앞의 숫자가 몇 장으로 쪼개는지를 말합니다.
국내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사례는 두 회사입니다. 삼성전자가 2018년에 50대1로, 카카오가 2021년에 5대1로 주식을 쪼갰습니다. 이 글은 두 사례를 끝까지 들고 가겠습니다.
먼저 액면가 — 주식 한 장에 적힌 금액
주식 한 장에는 회사가 정해 둔 금액이 적혀 있습니다. 이것을 액면가라고 합니다. 시장에서 사고파는 값인 주가와는 다른 숫자입니다.
삼성전자를 예로 들면 차이가 분명합니다. 분할 전 액면가는 5,000원이었는데, 분할 직전 주가는 265만 원이었습니다. 액면가는 회사 장부에 적는 숫자이고, 주가는 사람들이 그 회사를 얼마로 보는지가 담긴 숫자입니다.
장부에서 액면가가 쓰이는 자리는 자본금입니다. 자본금은 액면가에 발행한 주식 수를 곱한 값입니다. 액면분할은 주가가 아니라 이 액면가를 나누는 일입니다. 5,000원이 적힌 한 장을 100원이 적힌 50장으로 바꾸면 50대1 액면분할이 됩니다.
어떻게 작동하는가 — 피자를 더 잘게 자르는 일
피자 한 판을 8조각으로 자르든 16조각으로 자르든 피자의 크기는 같습니다. 내가 그중 절반을 갖고 있었다면, 조각 수가 바뀌어도 여전히 절반입니다. 액면분할이 정확히 이 모양입니다.
두 회사가 실제로 어떻게 쪼갰는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 삼성전자 (2018년) | 카카오 (2021년) | |
|---|---|---|
| 분할 비율 | 50대 1 | 5대 1 |
| 액면가 | 5,000원 → 100원 | 500원 → 100원 |
| 분할 전 마지막 종가 | 2,650,000원 (4월 27일) | 558,000원 (4월 9일) |
| 분할 후 기준 가격 | 53,000원 | 111,600원 |
| 거래 정지 | 4월 30일 ~ 5월 3일 | 4월 12일 ~ 14일 |
| 거래 재개 | 5월 4일 | 4월 15일 |
분할 후 기준 가격은 마지막 종가를 분할 비율로 나눈 값입니다. 거래가 사흘쯤 멈추는 것은 늘어난 주식을 주주 계좌마다 새로 맞춰 넣는 시간이 필요해서입니다.
카카오 주주 한 사람이 분할 전에 10주를 갖고 있었다고 해 보겠습니다.
| 분할 전 | 분할 후 | |
|---|---|---|
| 가진 주식 | 10주 | 50주 |
| 한 주 가격 | 558,000원 | 111,600원 |
| 평가금액 | 5,580,000원 | 5,580,000원 |
늘어난 것은 장수이지 내 몫이 아닙니다. 회사 전체로 봐도 같습니다. 카카오가 발행한 주식은 약 8,870만 주에서 약 4억 4,352만 주로 다섯 배가 됐지만, 회사가 버는 돈과 가진 재산은 하루 사이에 바뀌지 않았습니다.
왜 하는가 — 한 주가 너무 비쌀 때
한 주가 265만 원이면 딱 한 주만 사도 수백만 원이 필요합니다. 이런 주식은 사고 싶어도 쉽게 손이 가지 않고, 10주 20주 단위로 나눠 사기도 어렵습니다.
쪼개면 한 주 값이 내려가 살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납니다. 사고파는 사람이 많아지면 원하는 때에 원하는 값으로 거래하기 쉬워집니다. 이것을 유통성이 좋아진다고 말합니다. 액면분할의 목적은 회사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사고팔기 쉽게 만드는 것입니다.
액면가는 회사의 기본 규칙인 정관에 적혀 있습니다. 그래서 액면분할은 정관을 고치는 일이고, 주주총회에서 특별결의를 거쳐야 합니다. 특별결의는 보통 결의보다 찬성 문턱이 높은 결의입니다.
쪼갤 수 있는 한도도 법에 있습니다. 상법은 액면주식 한 장의 금액을 100원 이상으로 정해 두었습니다. 두 회사가 모두 100원에서 멈춘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더 쪼갤 수 없는 자리까지 쪼갠 것입니다.
무상증자와 무엇이 다른가
주식 수가 늘고 한 주 가격이 그만큼 내려간다는 점에서 액면분할은 무상증자와 겉모습이 닮았습니다. 무상증자는 회사가 돈을 받지 않고 주주에게 새 주식을 나눠 주는 일입니다. 둘이 갈리는 자리는 액면가와 자본금입니다.
| 액면분할 | 무상증자 | |
|---|---|---|
| 주식 수 | 늘어난다 | 늘어난다 |
| 한 장의 액면가 | 줄어든다 | 그대로다 |
| 장부의 자본금 | 그대로다 | 늘어난다 |
| 회사에 새로 들어오는 돈 | 없다 | 없다 |
무상증자는 회사 안에 쌓아 둔 돈을 장부에서 자본금 칸으로 옮기며 새 주식을 찍습니다. 액면분할은 장부를 건드리지 않고 한 장의 크기만 줄입니다. 무상증자가 유상증자와 어떻게 다른지는 유상증자 무상증자 차이 글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액면병합 — 반대 방향으로 합치기
액면병합은 액면분할을 거꾸로 돌린 것입니다. 100원짜리 열 장을 1,000원짜리 한 장으로 합치는 식입니다. 주식 수가 줄어든 비율만큼 한 주 가격이 올라가고, 이번에도 자본금과 내 몫은 그대로입니다.
회사가 병합을 고르는 흔한 이유는 주가가 너무 낮을 때입니다. 한 주에 몇백 원 하는 주식은 「저가주」라는 인상을 주기 쉬워서, 합쳐서 한 주 가격을 끌어올립니다.
병합에는 분할에 없는 일이 하나 생깁니다. 비율대로 나누어떨어지지 않는 몫입니다. 7주를 가진 사람이 10대1 병합을 맞으면 0.7주가 남는데, 한 주 미만의 이 몫을 단주라고 합니다. 단주는 정해진 값으로 계산해 현금으로 계좌에 넣어 줍니다.
그래서 볼 때 무엇을 보나
액면분할 소식을 보면 세 가지를 확인하면 됩니다.
- 1비율분할 후 기준 가격은 마지막 종가를 그 비율로 나눈 값입니다
- 2한 주당 숫자주당순이익·주당배당금도 같은 비율로 작아집니다
- 3거래 정지 기간그 며칠은 팔고 싶어도 팔 수 없습니다
두 번째가 자주 헷갈립니다. 분할 뒤에 한 주당 배당금이 5분의 1로 줄었다면, 받는 배당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주식이 다섯 배가 된 것입니다. 반대로 주가를 한 주당 이익으로 나눈 PER은 위아래가 같이 줄어 그대로입니다. PER이 무엇인지는 PER 뜻과 계산법 글에서 풀었습니다.
액면분할 자체는 주식을 싸게도 비싸게도 만들지 않습니다. 분할 뒤의 주가는 그 뒤 회사가 얼마나 버는지와 시장의 사정으로 움직입니다. 「쪼갰으니 오른다」는 기대는 분할이 아니라 그 회사를 보고 판단할 일입니다.
분할 뒤 두 회사 주가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보기
삼성전자는 2018년 5월 4일 53,000원으로 거래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1년 뒤인 2019년 5월 3일 종가는 45,300원으로, 기준 가격보다 14.5% 낮았습니다.
카카오는 2021년 4월 15일 거래 재개 첫날 장중 13만 원을 넘으며 기준 가격보다 크게 올랐습니다. 두 사례는 방향이 반대였고, 어느 쪽도 분할 자체가 만든 결과는 아니었습니다.
여러분이 가진 종목이 액면분할을 발표했다면, 계좌의 숫자가 바뀌는 날 놀라지 마시고 평가금액부터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 숫자가 같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입니다.
수치 출처: 삼성전자 액면분할(분할 전 종가·기준 가격·거래 정지 기간)은 뉴시스 2018년 4월 27일·5월 4일 보도. 삼성전자 분할 1년 뒤 주가는 이코노미스트·데일리안 보도. 카카오 액면분할(비율·액면가·종가·기준 가격·발행주식 수·거래 정지 기간)과 재개 첫날 주가는 뉴시스·아주경제·더팩트 2021년 4월 보도. 액면가 하한과 주식분할 결의는 상법 제329조·제329조의2. 액면병합의 목적과 단주 처리는 아주경제 2024년 3월 4일 보도.
본 글은 개인적인 분석일 뿐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